[월:] 2016년 08월

  • 뿌리에게

    뿌리에게

     

     

    꽃이 되지 못했다고

    서러워 말아라.

    이른 봄부터 대지의 기운을

    빨아들여

    싹을 틔우고 잎을 키워낸

    네가 없었다면

    어찌 한 송이의 꽃인들

    피울 수 있었으랴.

     

    꽃이 박수 받을 때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묻혔다고

    울지 말아라.

    세상에 박수 받던 것들은

    쉬이 떠나가고

    장막 뒤에 숨어있던 너만 살아 반짝일 때

    그림자이기에 오히려 빛나는

    뿌리의 의미를 알 것이다.

     

     

    2016. 8. 19

    『한국 시원』2018년 여름호(9호)

     

  • 대못

    대못

     

     

    도라지꽃 핀 돌무덤은

    긴 대못이었다.

    웃음꽃 벙글 때마다

    어머니 가슴을 찔러

    피멍울 맺히게 하는

    뽑지 못할 대못이었다.

    육이오 사변 통에

    돌무덤에 묻혀

    밤이면 부엉이 울음으로 울던 형

    부엉이 울음 달빛으로 깔리던 밤

    부엉이 울음 따라 나도 갈까봐

    가슴에 꼭 안고서 지새우던 어머니

    기억의 창문 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길고 긴 한평생을 대못에 꽂혀

    환하게 웃던 모습 본 적이 없다.

     

    2016.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