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5년 10월 13일

  • 사곡 장날

    사곡 장날

                엄 기 창

     

     

    이틀, 이레 아침이면

    수탉보다 먼저 잠이 깼다.

     

    어머니 손잡고 장에 가는 날엔

    회재 넘어 시오리 산길도

    걸음이 가뿐했다.

     

    팔 것은 달걀 몇 줄에

    콩 보리 서너 되

    등유를 사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빨고 빨아서 대만 남은

    아이스케키 입에 물고

    태평소 가락에 어깨 들썩이며

    써꺼스 마당에 취해 있으면

     

    어머니는 빈 주머니로

    살 것도 없이

    장터를 몇 바퀴 돌고 돌았다.

     

    점심 짜장면 한 그릇은

    이루지 못한 내 어릴 적 소원,

     

    초등학교도 못 나와

    한이 맺힌 어머니는

    짜장면 대신 얘기책은 꼭 샀고

     

    돌아가는 길 내내

    알록달록한 호기심으로

    숙향전 숙영낭자전의 주인공 되어

    어머니에게 짜장면 배터지게 사주는 꿈을 꿨다.

     

    2015.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