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5년 04월 25일

  • 보성 차밭에서

    보성 차밭에서

     

                     엄 기 창

     

     

    차나무 가지 끝마다

    혼(魂)불 환하게 밝혀드는

    저 연초록 손들을 보아라.

    흰 눈을 이고 견딘 겨울의

    뚝심을 모아

    쌉싸래한 맛 속에 숨어있는

    상큼한 차향(茶香)을 일으켜 세우나니

    삼나무들도 어깨동무하고

    눈짓 주고받으며

    제암산(帝巖山) 정기를 퍼내어 끝없이 보내주고 있다.

    득량만(得粮灣) 파도야,

    대양(大洋)을 치달리던 폭풍의 노래들을

    엽록소에 담아주려고

    밤새도록 뻘밭을 기어오르느냐.

    보성 차밭머리에서

    성스러운 차 한 잎을 피우기 위해

    정결한 머리로 기도하는 오선(五線)

    선율에 취해

    다시는 일상(日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2014. 4. 25

    <문학사랑> 2015년 여름호(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