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4년 02월

  • 천 년의 미소

    천 년의 미소微笑


     

    불이문不二門 들어서니

    사바는 꿈 밖에 멀고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磨崖佛

     햇살 같은 미소,

     

    암심巖心으로 질긴 뿌리를 내려

    천 년을 깎아내도 웃음은 못 지우고

    어깨 팔 떨어진 조각만

    세월 흔적 그렸다.

     

    그 웃음 퍼내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잘 적 깰 적 떠올리며 웃는 연습을 한다.

     

    오늘도 아픔이 넘쳐나는 거리에

    천 년을 지워지지 않는 마애불磨崖佛, 그 미소를

    등불처럼 환하게 걸어놓고 싶다.

     

     

    2014. 2. 26

  • 누님의 수틀

    누님의 수틀

     

     

    누님이 두고 간 빈 수틀을

    다락방 구석에서

    오십 년 지나 찾아냈는데

    누님이 수놓았던 꿈밭 머리에

    내 꿈도 얼룩처럼 피어있었다. 

    봄나물 향기 캐던 골짜기에는

    첫사랑의 산수유꽃 벌고 있었고,

    모깃불 향기 안개처럼 흐르던 밤

    지천으로 반짝이던 개구리 울음은

    별이 되려 반딧불로 솟아올랐다. 

    누님이 수놓았던 십자수 속에

    회재 고개 너머로만 한없이 뻗어가던

    그리움의 바람도 불고 있었고,

    끼니를 걱정하던 어머니의 눈망울과

    몇 방울의 내 눈물 쑥대풀로 키워주던

    구성진 소쩍새 울음 깨어나고 있었다.

    누님이 두고 간 빈 수틀엔

    비어서 더 가득한 내 어린날이

    색실보다 더 고운 내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살아나고 있었다.

    2014.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