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3년 03월 23일

  • 외돌개

    외돌개

                   –제주 詩抄2

     

    누군가 환청처럼 부르는

    소리를 따라

    서귀포 칠십 리 해안선 길을 걷다가

     

    기다림으로

    하반신이 닳아버린

    외돌개, 그 처절한 외로움을 만나다.

     

    삶이 때로는

    슬픈 무늬로 아롱질 때도 있지만

    동터오는 아침 햇살로 반짝 갤 때도 있으련만

     

    외돌개야!

    빠지다 만 몇 올 머리카락 신열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주름진 피부 골골마다

    소금기로 엉겨 녹지 않는

    진한 통증을 안고

     

    먼 바다를 응시하는 눈망울엔

    아직도 무지개처럼 영롱한

    꿈이 어렸다.

     

    외로움을 보석처럼 깎고 다듬어

    메마른 가슴에

    해당화 한 송이 피울 날을 기다리며

     

    갈매기 소리에도 귀를 막고

    혼신의 힘을 다해 파도 소리로 부서지는

    할머니 옆에

     

    나도, 문득

    자리를 펴고

    하나의 돌이 되고 싶었다.

     

    2013.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