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0년 03월

  • 봄비 오는 날

    봄비 오는 날

     

               엄 기 창

     

     

    봄비 오는 날

    빗소리에

    한 사람 목 맨 부음이 묻어오고

     

    매화꽃은 한

    봉오리씩

    겨울 떨치고 피어나는데

     

    힘들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3월의 눈발들이 핏기 잃은 가지마다

    날선 눈꽃으로

    숨을 막아도

     

    멍든 아픔 삭혀

    꽃등 환하게 일어서는 매화

     

    아프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 만설晩雪

     

    만설晩雪



    필동    

    말동

    매화꽃 봉오리 위로


    설화

    피어

    눈물로 질까 떨다가


    온 눈꽃 다 지고 나니

    매화 눈 못 뜰까 잠 못 드네.


    2010. 3. 18


  • 내 사랑 보문산

     

    내 사랑 보문산



    비 그치자 보문산이 봄 화장을 하고 있다.

    골안개 분칠하는 산기슭 따라 돌며

    바람은 실가지마다 붉은 연지 찍고 있다.


    잘 익은 초록빛이 온 도시를 다 씻는다.

    고촉사 목탁소리에 불음佛音이 묻어나서

    도시의 모든 귀들이 산 쪽으로 열려있다.


    아픔도 삭혀내면 사랑으로 익는 것을

    온 산 자락마다 흐드러진 저 단풍아

    누구의 눈물을 모아 꽃처럼 붉었느냐?


    마음이 어지러운 날 창문을 열고 보면

    시루봉 앞이마가 백설로 정결하다.

    마음이 빗질 되어서 콧노래로 돋는다.

    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