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9년 08월

  • 생가 터에서

     

    생가 터에서



    안부가 궁금해서

    안테나처럼

    회초리 하나 쫑긋하게 내세운 밤나무


    가지 끝에는

    썩은 둥치의 부피만큼 머물렀던

    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이

    밤 잎으로 피어


    그늘 속에

    아버님 기침 소리

    재주 있는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

    밤 내 콜록거리던 아버님의 각혈


    육이오사변 통에 약 한 첩 못 써보고

    자식 둘 먼저 보낸 

    피멍 얼룽이는 어머님 눈물

    한숨 얽어 베 짜는 소리


    연실이만 보면

    가슴 설레던

    무지개 추억들은 다 지워지고


    웃자란 콩 포기 아래 묻히다 남은

    주춧돌에 걸터앉으면

    한여름이 달궈놓은 알큰한 온기처럼

     오늘을 씻어주는

    그믐 빛 따스한 추억  





    2009. 8. 30

  • 소래포구

     

    소래포구


            

    물 빠진 진흙 뻘엔

    뿌리까지 다 드러낸 작은 목선들이

    오후의 햇살 아래 낮잠을 자고


    포구를 가로질러

    있는 듯 없는 듯

    실처럼 가느다란 철교가 하나.


    소금기 머금은 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오이도 가는 길을 걸으면


    술 한 잔에 담아 마시는

    소래포구 옛이야기 한 조각으로

    가을처럼 발갛게 취할 것 같다.


    아침이면 젓갈 팔러

    수인선 타고 떠나던 사람들아

    어물전 넘어 선술집에

    눈물 젖은 푸념만 가득 남았구나.


    댕구산 노루목 장도포대엔

    바다를 향해 절규처럼

    노을이 날린다.


    2009. 8. 12

    소래포구: 인천시 논현동에 있는 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