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8년 11월

  • 山房 四季

     

    山房 四季



    (봄)

    산 벚꽃 폭죽처럼 터져오는 산기슭을

    담채화(淡彩畵) 두어 폭에 담뿍 담아 걸었더니

    화향(花香)이 봄 다 가도록 집안 가득 떠도네.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  꿈 자락에 묻어나서

    근심 빗질하여 바람 속에 던져두고

    기름진 잠결에 취해 여름밤이 짧아라.


    (가을)

    용소(龍沼)에 가을 달이 집 틀어 누웠기에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어 두었더니

    아침에 햇살 비추니 단풍산도 따라왔네.


    (겨울)

    선계(仙界)에 덮을 것이 무엇이 남았다고

    검은 이불 걷힌 아침 하얀 속살 드러낸 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지워지고 없구나.


    2008. 11. 26



     

     

  • 세월

     

    세월


    가을 마중하러

    계룡산도 못 가보았네.


    얼룽이는 삶의 무늬

    취해서 살다 보니


    가로수 

    잎 진 가지에

    칼바람이 앉아있네.



    출퇴근길 은행잎에

    가을이 떨어져도


    낯익은 풍경이라

    세월 자취 모르다가


    꿈 깨어

    이만큼 와서

    눈물 한 모금 삼켜 보네.

  • 가을 산

     

    가을 산


    불타는 단풍 산으로

    노스님이 들어섰다.


    산 빛 깨어지지 않고,

    회색 승의가

    단풍에 녹아든다.


    작은 등짐에 담겨온

    속세의 눈물들을

    산문 앞에 부려 두고,


    조금씩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비우고 비워 산바람이 된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가에

    울던 새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저녁 어스름으로

    지워지는 산들이

    스님의 등 쪽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2008.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