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07년 05월 26일

  • 빈 접시

    빈 접시

    淸羅 嚴基昌
    칼바람에 갈린 눈부신 햇살이
    이마 위에 찰랑이는 가을날 오후
    막막한 어둠이 발밑에 질척이는
    지하도 입구로 들어서면

    강가에 떠밀려와 버려진
    고무신처럼
    울 밖으로 밀려난 앞못보는 아이
    아이가 받쳐든
    빈 접시 하나,

    팔매질 하듯 던져 넣은
    동전 몇 개와
    누군가 장난으로 넣고 간
    낯설은 토큰
    못다 채운 빈자리에는
    겨울이 일찍 와 있다.

    풀꽃배 띄워 보내던
    어릴 적 꿈들이 죽고
    달맞이꽃 피는 동산에서
    손 마주 잡아주던
    따뜻한 피도 식은 도회의 그늘 밑에서
    절규하는 소리로 치켜든
    빈 접시 무겁게 가라앉은
    밤이 떠나지 않는 하늘
    별 하나 못 뜨는 하늘

    내가 꽃아주는 억새꽃으로
    오늘밤 네 고향 산에
    칠색 영롱한 무지개를 걸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