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7년 04월

  • 빈집

    빈집

    淸羅 嚴基昌
    지난 가을 사립문 닫힌 뒤에
    다시는 열리지 않는
    산 밑 기와집

    겨우내
    목말랐던
    한 모금 햇살에
    살구꽃만 저 혼자 자지러졌다.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집 하나 비고
    집 하나 빌 때마다
    논밭이 묵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마다
    농성하듯 손들고 일어서는
    무성한 풀들

    저 넓은 논밭은 이제 누가 가꾸나.

  • 王竹으로 사소서

    王竹으로 사소서 <訟詩>


    淸羅 嚴基昌
    당신 곁에 서 있으면
    왕대나무 잎새에서 일어서는
    청아한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곁에 서 있으면
    대쪽같이 곧아서 서슬 푸른
    티 하나 없이 맑은 마음 한 자락이 보였습니다.

    흔들리던 역사의
    골짜기에서도
    굳게 뿌리를 내리시고

    죽순처럼, 제자들
    대숲 청청한 목소리로 길러내셔서
    삼천리 방방곡곡
    竹香 그윽한 세상 만드셨습니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굽힘없이 걸어오신 그 길 위에
    가을빛 노을
    곱게 물들었습니다.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비오니

    억만 세월 굽힘 없이 하늘 받쳐 들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王竹으로 사소서

    전성국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