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07년 04월 25일

  • 얼룩

    얼룩

    淸羅 嚴基昌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러기 한 마리
    그리고 지나가는 하얀 금 위에
    그리운 자장가 소리 철렁대며 걸리고
    천 가닥 넘어 쏟아지는 달빛 이랑
    이제는 아무도 올 수 없는 길로
    어릴 때 내 빈 몸 빈 마음의
    작은 날개들이
    푸득대며 날아오르는 청랑한 소리.
    비어 있는 하늘이
    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밤새워 짠 베틀로는
    한 파람의 겨울도 막을 수 없는
    귀뚜라미의 허전한 발
    걸어가는 발 밑에 눈뜨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진하디 진한 얼룩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