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으로 핀다면
피는 거지.
쓸어내도 쓸어내도 마르지 않는
저 소음의 한끝을 잘라내고
내 고향 太華山
산 자장가 소리 뿌릴 수 있다면 뿌리는 거지.
아무리 질긴 뿌리라도, 내 사랑
아스팔트 바닥 위에선 싹이 틀 수 없다는
친구여, 믿게나
오늘 오후에도 지하도 입구에서 만나는
빈 접시 하나
흔들리지 않는 맹인의 눈빛
향기를 하나 가득 담아 주겠네.
白衣를 몸에 걸치고
정결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환히 불밝힌 병동의
어느 창가에
오늘밤 불이 꺼질지 몰라
달리는 눈높이에서 별꽃 하나 지면
神이여!
조용히 일어서는 봉숭아 꽃물 같은
작은 사랑으로
벼랑 끝을 지켜주는 강한 밧줄이 되게 하소서.
약수물처럼 정갈히 빚은
天使의 눈빛 속에서
나는
새벽을 몰고 오는 종소리를 듣는다.
쉰 여섯 중의 하나
그 작은 여백 속에
나의 아침은 떨어져 눕는다.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의 체온이 촛불로 설 수 없는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
창밖엔 삼월의 햇살이 눈부신데
그늘 속에서 혼자
작은 팔다리 오그리고 있는 아이
튼튼한 쉰 다섯의 얼굴이 흐려지고
점점 확대되는
빈 자리 하나.
서 있으되 마음은 누운
겨울 나무 사이에
三月 만세 소리로 눈뜬 꽃 찾아
더듬이 끝에 등불 달고
나는 나비야,
굳게 입다문 산그늘 허물어진
반달만한 양지에
初産으로 낯붉힌 진홍빛
저 간절한
말 한 마디
외침으로 외침으로 각혈하여
다시 이 강산에
초록의 불꽃을 피워 올려라.
빨판 속엔 매케한 수액의 묻어 나고
돌팔매에 잘린 더듬이
끝으로
회색빛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갈갈이 찢긴 고향의 밑동 아래
믿음의 알을 낳아야지
숲속의 나무들이 팔 뻗어
서로의 마음으로 기대어 살듯
매운 맛에 얼먹은 몸 속의 아기는
눈시린 하늘 아래 나래 펴고
노래하게 해야지.
매미의 꿈속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화염병이 날고,
질기게 잡고 있던 다리
진실의 한 끝이 유리처럼 부서지고
맴맴맴맴맴맴맴
매미가 소스라쳐 날아가고 있다.
노랗게 시든 플라타너스잎
고향을 떠나기엔 다 놎은 철에
매미는 탄환처럼 날아가고 있다.